주문 제작한 물건에 문제가 생겼다면 — 도급인지 매매인지에 따른 판단 기준
AUCTORITAS LAB.
공간 분쟁 연구소. 조국환변호사팀.
붙박이장이나 창호처럼 주문에 맞춰 만든 물건을 공급하고 설치하는 계약은 도급으로도, 매매로도 평가될 수 있습니다. 만들어진 물건이 주문자만을 위한 부대체물인지, 일반 시장에서 같은 형태로 거래되는 대체물인지, 계약의 중심이 완성된 결과인지 단순 공급인지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계약 성질에 따라 하자 책임의 요건과 권리행사 시기, 대금채권의 소멸시효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간을 계산하기 전에 성질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제작물공급계약의 개념과 성질 결정이 필요한 이유
제작물공급계약은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물건을 만들어 넘기는 계약입니다. 물건 제작과 소유권 이전이 함께 이루어져 도급과 매매의 모습이 모두 나타날 수 있고, 현장 설치까지 포함되면 공사계약의 성격도 더해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 제목이 “납품계약” 또는 “공사계약”이라고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성질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질을 정해야 하는 이유는 적용되는 책임 규정과 기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급으로 평가되면 완성된 일의 하자와 보수·손해배상 관계가 중심이 되고, 매매로 평가되면 인도된 물건이 계약 내용에 맞는지와 매수인의 통지·권리행사가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대금 청구의 소멸시효도 공사에 관한 채권인지 상행위로 생긴 채권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 전체가 하나의 성질로만 평가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표준 제품의 공급 부분과 현장 맞춤 시공 부분이 분리 가능하다면 항목별로 다른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제작·운송·설치가 하나의 완성 결과를 위한 불가분의 급부라면 계약 전체의 주된 목적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체물과 부대체물의 구별
주문 제작 공급계약은 만들어진 물건이 주문자만을 위한 것으로 다른 곳에 그대로 쓰기 어렵다면 도급에 가깝게,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것이라면 매매에 가깝게 판단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담보책임의 기간과 소멸시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규격, 디자인, 설치 장소, 재사용 가능성, 주문자가 제공한 도면과 시방의 비중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부대체물은 특정 공간이나 용도에 맞춰 제작되어 다른 고객에게 그대로 공급하기 어려운 물건을 말합니다. 벽체 치수에 맞춘 붙박이장, 특정 건물 개구부에 맞춘 창호, 고유 상호와 크기로 만든 간판처럼 현장과 결합된 경우가 여기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다만 맞춤 치수라는 사정 하나만으로 항상 도급이 되는 것은 아니며, 표준 모듈을 단순 조합한 정도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대체물은 같은 종류와 품질의 물건으로 바꾸어 공급할 수 있고 일반 시장에서 반복 거래되는 물건에 가깝습니다. 주문자가 색상이나 수량만 선택했고 공급자가 완성품을 납품하는 것이 계약의 중심이라면 매매의 성격이 강할 수 있습니다. 설치가 부수적인지, 설치 자체가 성능과 안전을 좌우하는 주된 급부인지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물건의 성격 — 도급에 가까운 사정: 특정 주문자와 장소에만 맞는 부대체물 / 매매에 가까운 사정: 일반 시장에서 같은 종류로 거래되는 대체물
주문 관여 — 도급에 가까운 사정: 도면·시방·치수에 따른 개별 제작 / 매매에 가까운 사정: 색상·수량 등 선택만 하고 표준품 공급
설치 비중 — 도급에 가까운 사정: 설치와 현장 조정이 성능을 좌우 / 매매에 가까운 사정: 단순 배송·조립이 부수적
대금 산정 — 도급에 가까운 사정: 인건비·공정·완성도 중심 / 매매에 가까운 사정: 수량과 단가 중심
검수 기준 — 도급에 가까운 사정: 완성 결과와 현장 기능 확인 / 매매에 가까운 사정: 물건의 수량·품질·규격 확인
도급으로 볼 때 적용되는 담보책임과 기간
도급으로 평가되면 수급인이 약정한 일을 완성했는지와 완성물에 하자가 있는지가 중심 쟁점이 됩니다. 주문자는 하자보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경우에 따라 계약 해제나 대금 감액에 준하는 주장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자의 정도, 보수 가능성, 계약 목적 달성 여부에 따라 가능한 구제수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권리행사 시기는 완성·인도 시점과 하자의 종류를 기준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건축물이나 토지에 부착된 공작물은 일반 물건과 다른 기간이 적용될 수 있고, 하자가 뒤늦게 드러난 경우에도 법정 기간과 일반 소멸시효의 관계를 구별해야 합니다. 구체 기간을 계산하려면 계약 체결·완성·인도·하자 발견·통지 날짜를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주문자가 완성물을 검수하고 대금을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 숨은 하자에 대한 권리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반면 검수 때 쉽게 알 수 있었던 하자를 아무런 유보 없이 승인했다면 상대방이 책임 제한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검수확인서에 적힌 면책 문구의 범위와 실제 협의 내용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매매로 볼 때 적용되는 담보책임과 기간
매매로 평가되면 인도된 물건이 종류·수량·품질·성능 면에서 계약 내용에 적합한지가 중심이 됩니다. 주문자는 보완 이행, 대금 감액, 손해배상,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해제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어떤 권리를 선택할 수 있는지는 하자의 중대성과 상대방에게 보완 기회를 주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수인은 하자를 안 뒤 법이 정한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해야 할 수 있고, 상인 사이 거래라면 물건을 받은 뒤 검사와 통지를 신속히 해야 하는 별도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 거래인지 사업자 사이 거래인지, 양쪽 모두 상인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하자 통지의 도달 날짜와 내용이 불명확하면 기간 항변을 받기 쉬우므로 이메일·문자·내용증명으로 구체적인 하자와 요구사항을 남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판매자는 “납품 당시에는 정상이고 이후 사용·관리 잘못으로 고장 났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주문자는 인도 직후 사진과 작동 영상, 사용 설명 준수 자료, 수리업체 진단을 통해 하자가 인도 당시 원인에서 비롯됐음을 설명해야 합니다. 설치자가 판매자와 다르다면 물건 결함과 설치 잘못을 구별하는 감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 — 공사대금 단기시효와 상사시효의 적용 분기
대금채권이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는 계약 성질과 당사자의 지위, 청구하는 권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작·설치가 공사에 해당하면 공사 관련 대금채권에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고, 상인의 영업을 위한 거래라면 상사시효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하자보수청구의 권리행사기간과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는 같은 개념이 아니므로 별도로 계산해야 합니다.
기산점도 청구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대금은 약정 지급일이나 완성·인도 시점이 기준이 될 수 있고, 하자 손해배상은 하자 발생과 권리행사 가능 시점, 법정 담보책임 기간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계약한 날부터 계산한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면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시효 완성을 주장하면 계약 성질, 채권 발생일, 변제기, 승인이나 일부 변제, 재판상 청구 등 시효 진행에 영향을 준 사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내용증명 발송만으로 장기간 시효가 중단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법이 정한 후속 조치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적 함의 — 계약서에 남겨야 할 표현
계약서에는 물건의 규격과 재료뿐 아니라 제작 범위, 설치 공정, 완성 기준, 검수 방법, 하자 통지 방식, 보수 기한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표준품 공급과 맞춤 시공이 함께 있다면 견적서에서 항목을 분리해야 계약 성질과 손해 범위를 설명하기 쉽습니다. 주문자가 제공한 도면과 공급자가 제안한 설계를 구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분쟁이 생기면 청구취지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대금 감액 또는 반환 중 사실관계에 맞는 내용을 선택해 구성할 수 있습니다. 청구금액에 따라 소액사건·단독·합의 재판부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피고 주소나 의무 이행지를 기준으로 관할을 확인해야 합니다. 결정적인 증거는 주문서·도면·시방서, 설치 전후 사진, 검수 자료, 하자 통지 기록입니다. 상대방의 “매매라서 기간이 지났다” 또는 “검수로 책임이 끝났다”는 항변에는 계약 성질과 통지 시점을 나누어 대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