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처분을 다투지 못한 채 후행 처분을 받았다면 — 하자 승계가 인정되는 범위
AUCTORITAS LAB.
공간 분쟁 연구소. 조국환변호사팀.
선행 처분의 불복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후행 처분까지 다툴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선행 처분과 후행 처분이 결합해 하나의 법률효과를 완성하거나, 선행 처분을 실질적으로 다툴 기회가 없었던 사정이 인정되면 후행 처분 취소소송에서 선행 처분의 위법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후행 처분의 제소기간은 후행 처분을 기준으로 별도로 진행되므로, 선행 처분만 검토하다가 새로 받은 처분의 불복기간까지 넘겨서는 안 됩니다.
불가쟁력이 생겨도 처분이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불가쟁력은 처분을 받은 사람이 정해진 불복기간 안에 취소를 구하지 않아 그 처분을 통상적인 취소소송으로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선행 처분의 위법이 사라지거나, 처음부터 적법한 처분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선행 처분의 효력을 직접 없애 달라는 청구가 제한될 뿐, 그 위법이 뒤따른 처분의 적법성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이 구별이 하자 승계 논의의 기초입니다. 앞 단계의 처분을 직접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뒤 단계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앞 단계의 위법을 이유로 드는 것은 청구 대상과 판단 방식이 다릅니다. 후행 처분이 선행 처분을 전제로 하여 내려졌더라도 언제나 선행 처분의 하자가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두 처분이 어떤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지, 앞 처분과 뒤 처분 사이에 얼마나 긴밀한 관계가 있는지, 선행 처분을 따로 다툴 현실적인 기회가 있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처분의 재심사 신청과도 구별해야 합니다. 재심사는 이미 확정된 선행 처분 자체를 다시 심사해 달라고 행정청에 신청하는 별도 제도입니다. 하자 승계는 선행 처분의 재심사를 구하는 절차가 아니라, 후행 처분 취소소송의 위법 사유로 선행 처분의 하자를 주장하는 방식입니다. 두 제도는 신청 대상, 판단 기관, 요건과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가 자동으로 대신되는 관계가 아닙니다.
두 처분이 하나의 법률효과를 완성하는지 구별해야 합니다
두 처분이 결합해 하나의 법률효과를 완성하면 하자 승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법률효과를 목표로 하는 처분이라면 원칙적으로 선행 처분의 위법을 후행 처분 소송에서 주장하기 어렵고, 선행 처분을 다툴 기회가 실질적으로 없었던 사정이 있을 때 예외를 검토합니다.
행정대집행의 계고와 대집행영장 통지는 동일한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절차 안에서 순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계고에서 정한 의무와 기한을 전제로 다음 단계가 이어지므로, 후행 단계만 떼어 판단하기보다 각 단계가 같은 강제집행 목적을 향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계고 자체의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이행 대상이 대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의무라면, 그 하자가 뒤따른 대집행영장 통지의 적법성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개별공시지가 결정과 그 지가를 기초로 한 과세처분은 각각 지가를 정하는 효과와 세액을 부과하는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앞 결정이 뒤 처분의 계산 자료가 된다는 사정만으로 두 처분이 언제나 하나의 법률효과를 완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표준지공시지가 결정과 개별공시지가 결정도 앞 결정이 뒤 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만으로 자동 승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결정의 대상과 효과, 당사자가 앞 결정을 인식하고 다툴 수 있었는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선후 관계나 사실상의 영향만으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됩니다. 선행 처분이 후행 처분의 법적 요건인지, 후행 처분이 선행 처분의 내용을 그대로 실행하는 단계인지, 각 처분만으로 독립된 권리·의무의 변동이 생기는지를 순서대로 구분해야 합니다. 같은 명칭의 절차라도 개별 법률이 부여한 효과가 다르면 하자 승계 판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다툴 기회가 없었다면 예외가 검토됩니다
선행 처분과 후행 처분이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더라도, 선행 처분을 다툴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고 그 결과를 그대로 감수시키는 것이 지나치다면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외 판단에서는 먼저 선행 처분이 적법하게 통지되었는지, 처분의 존재와 불이익을 당사자가 현실적으로 알 수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형식상 공고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구체적인 이해관계인이 처분 내용을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통지 방식과 상대방의 인식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선행 처분의 위법을 전혀 주장하지 못하게 할 때 발생하는 불이익의 정도를 봅니다. 후행 처분이 선행 처분을 사실상 확정적인 전제로 삼아 중대한 재산상 부담이나 강제집행 결과를 발생시키는데도, 당사자가 선행 처분 단계에서 이를 예상하기 어려웠다면 권리구제의 필요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선행 처분서를 직접 받고 불이익의 내용도 분명히 알았으며, 불복 방법과 기간까지 안내받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예외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예외 법리는 불복기간을 일반적으로 되살리는 제도가 아닙니다. 선행 처분을 놓친 모든 사안에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통지와 인식 가능성, 두 처분의 관계, 뒤따른 불이익의 크기, 선행 단계에서 권리구제를 기대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앞 처분이 위법하니 뒤 처분도 위법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예외가 적용될 이유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후행 처분 소송에서 주장과 증거를 함께 구성해야 합니다
후행 처분을 받은 즉시 처분서의 송달일과 불복 안내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후행 처분의 제소기간은 선행 처분의 불복기간과 별도로 진행됩니다. 선행 처분의 하자 승계 여부를 오래 검토하더라도 후행 처분의 기간이 멈추는 것은 아니므로, 소송 대상과 피고, 청구취지를 먼저 정한 뒤 주장과 증거를 보완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소장에는 후행 처분 자체의 위법뿐 아니라 선행 처분의 어떤 하자가 왜 후행 처분의 위법으로 이어지는지를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선행 처분의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주장인지, 사실관계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인지, 절차상 의견제출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주장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이어서 두 처분이 하나의 효과를 완성하는 관계인지, 별개의 효과라면 왜 예외적으로 선행 처분의 위법을 심리해야 하는지를 연결해야 합니다.
증거는 처분별로 나누어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선행 처분서와 송달 자료, 공고 내용, 당시 제출한 의견서, 후행 처분서, 두 처분 사이의 행정기록, 불이익이 구체화된 자료를 날짜 순서로 배열해야 합니다. 선행 처분을 언제 알았는지에 다툼이 있다면 우편 송달 내역, 전자문서 열람 기록, 담당 기관과 주고받은 문서도 확인해야 합니다. 후행 처분만 제출하고 선행 처분의 내용과 통지 경위를 설명하지 않으면 법원이 두 처분의 관계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후행 처분 자체의 독립된 하자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하자 승계가 부정되더라도 후행 처분의 절차, 요건, 이유 제시, 재량 판단에 별도 위법이 있으면 그 사유로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후행 처분의 하자만 적고 선행 처분의 위법 주장을 누락하면, 선행 단계의 문제를 심리해 달라는 의도가 소송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소기간, 하자 승계, 처분 재심사는 서로 다른 쟁점이므로 각각의 요건과 목적을 구분해 대응해야 합니다.